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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경제’ 활성화…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기사승인 2020.06.15  09: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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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아무개(29)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한 번도 장을 보러 간 적이 없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외부 접촉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마켓컬리와 쿠팡, 한살림, 정육각이라는 서로 다른 서비스 4가지를 이용해 필요한 식자재와 물품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채소류는 한살림, 고기류는 정육각, 간식은 마켓컬리, 아기 기저귀를 비롯한 생활용품은 쿠팡을 이용해 정기·부정기로 사는 식이다. 무료 배송받기 위해 일정액을 꽉 채워 주문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월정액 무료 배송 서비스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자주 들르던 양식 레스토랑까지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물건이 배송돼요. 다음날 아침, 문 앞에 있는 물건을 그냥 가지고 들어오는 거죠. 누군가와 대면해 물건을 사면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환불할 때 불편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훨씬 편하고 감정 소모할 일이 없어서 좋 아요.”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먹고 배우고 노는 모든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집과 경제를 합친 말)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식하기보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마켓컬리로 음식이나 식자재를 주문하고, 영화관에 가기보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한다. 홈트(홈트레이닝)나 홈카페, 가정용 뷰티 기기를 이용한 홈뷰티, 홈가드닝까지, 집은 주거 공간을 넘어 여러 소비와 여가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마주치지 않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언택트(비대면·Untact) 소비’가 빠르게 퍼진 결과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통계 수치로 증명된다. 2020년 1분기 백화점(-19.4%)과 대형마트(-2.9%)의 판매액 지수는 줄어든 반면,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비롯한 무점포 쇼핑은 전기 대비 7.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나 쿠팡 같은 이커머스(온라인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 매출은 연평균 10.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무역협회, ‘포스트 코로나, 변화하는 서비스업 생태계’) 급속 성장하던 이커머스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그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홈코노미의 장점은 단순히 간편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건을 사고팔 때 사람과 마주칠 필요가 없는, ‘비대면’의 편안함을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생필품과 식자재를 주문한다는 윤아무개(35)씨는 퇴근시간 집 현관 앞에 배송된 식자재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배송기사를 마주친 적이 없다. 윤씨는 “배송 시간을 퇴근시간으로 지정해뒀는데 집에 도착하면 물건이 항상 먼저 와 있다. 집에 있다 해도 기사님이 벨을 누르지 않고 ‘배달 완료됐다’는 문자만 보낸다. 대면할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다수의 쿠팡 이용자는 배송기사 ‘쿠팡맨’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을 때, 이마트의 쓱(SSG)배송 서비스는 대면 접촉 위험을 줄이려 배송기사가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하지 못하도록 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는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겠어?’ 생각했던 것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홈코노미 또한 하나의 소비 문화로 정착되고 관련 사업이 뻗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수의 국내 기업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드라이브 스루’(차량 이동형) 등 물리적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유통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비대면경제과’를 설치해 비대면 분야의 벤처·창업기업 육성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마주치지 않는 게 미덕

변화는 전세계에서 목격된다. 배송 과정에서 사람이 아예 지워지고, 로봇이나 드론(무인 비행기) 기반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재조명받고 확대되는 게 한 예다. 미국의 스타트업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티에서 최대 약 9㎏까지 원하는 상품을 로봇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스타십 푸드 딜리버리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지정된 배송지로 제품을 배달하는 식이다.(서울디지털재단,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디지털 기술 동향’) 

 

집 밖에 나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물건을 사는 게 가능하다. ‘드라이브 스루’로 대표되는 비대면 서비스가 그렇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에 들어서면, 고객이 매장에서 들고 나오는 물건을 센서가 자동 인식해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까지 이뤄진다.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려고 도입한 무인 매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차원에서 관심받고 있다.(<언컨택트>, 김용섭)

사회적 거리 두기, 사회적 격차

‘언택트’로의 흐름은 정치·사회 전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언택트가 곧 ‘고립’이나 ‘홀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언택트는 온택트(Ontact·비대면에 지친 이들이 온라인으로 외부와의 ‘연결’(On)을 도모하는 현상)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해 생기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로봇과 드론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고용형태나 보수가 열악한 플랫폼노동이 늘고 서비스 업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적 격차로 비화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로 들어간다는 것의 함의나 파급력을 고민하지 않고, 그 산업을 순전히 미지의 영역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에스비즈뉴스 themomma@themomm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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